앞선 기사에서 밝혔듯이 일제는 3.1운동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사망자를 553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분명 축소 왜곡해 만든 통계이지만, 우린 아직 이 숫자를 채울만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순국했는지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00년 전 순국한 분들의 신원을 지금 확인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전국 읍·면·동 사무소에 남은 옛 호적등본과
제적부 등을 모두 조사해 1919년 3월, 4월에 숨진 분들을 선별한 다음 한명씩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제, 3.1운동 당시 ‘사상자 명부’ 만들어
KBS 취재팀은 순국자 신원 확인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단서를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일제가 작성한 문서 안에 있다. 이 자료는 3.1 만세 시위가 잠잠해진 1919년 10월2일 조선헌병대 사령관이 본국에 보고하면서 작성한 문서다.

1919.10.2. ‘조선소요사건일람표 송부 관련 건’
앞서 언급한 ‘소요사건일람표’를 만들어 보낸다는 것인데 ‘추신’ 부분에 중요한 얘기가 담겨 있다.
얘기인즉, 일람표에서 언급한 사망자는 ‘별책 갑호 연명부’를 참조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연명부’는 보통 이름을 적은 목록을 의미한다. 일제가 3.1운동 당시 학살된 우리
선열들의 신원을 확인해 명단으로 만들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정말 당시 일제가 3.1운동 사상자 명부를 만들었을까? 이를 확증해주는 단서는 또 있다.

‘군대가 진압에 종사시 피아 사상자표’
1919년 9월29일 조선군사령부가 본국에 보낸 ‘군대가 진압에 나선 사건의 사상자 표’ 첫머리 부분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생략) ... 이에 반해 조선헌병사령부는 사상인명부를 징수하여 조사하였으므로 본표와 다른 부분은 조선헌병사령부의 조사 인원이 정확하다’
이 같은 사실은 아직 국내 학계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우석 독립기념관 학술사업부 연구원
간도학살(1920~21년) 당시에도 ‘사상자 명부’ 만들어
사망한 날짜와 경위, 희생자의 성명은 물론 주소와 직업 나이도 기재돼 있다.
일제는 3.1운동 이듬해 자행한 간도학살 당시에도 자신들이 학살한 ‘사상자 연명부’를 만들었으며, 이 명부는 수 년 전 그 존재가 확인된 바 있다. KBS 취재팀은 최근 수개월 동안 일제가 작성했다는 3.1운동 사상자 연명부를 추적해 왔다. 일본 제국주의 시절 문서를 보관한 방위성 도서관을 중심으로 문서를 추적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
이규수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 한국학연구센터장
1945년 8월 일본이 미국 등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위 문서를 비롯해 일제 육군성과 외무성에서 만든 상당수의 문서가 미국에 압수됐다. 그러다가 위 문서들은 1958년 다시 일본에 반환됐다. ‘3.1운동 사상자 연명부’도 이 과정에서 소실되거나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일본이나 미국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학계와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